1960년대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서 실제로 활약했던 세 명의 흑인 여성 수학자들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 히든피겨스. 최근 유튜브 알고리즘에서 이 영화를 자주 보여줘서 다시 감상을 해보았다. 인종차별과 성차별이 만연하던 시절, 이들은 자신의 능력으로 편견을 깨부수며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영화는 그들의 삶을 통해 편견과 차별을 극복하는 진정한 용기와 연대의 메시지를 전한다. 감동적인 실화에 기반한 이 영화는 특히 여성들에게 큰 힘과 용기를 줘서 더 뜻깊은 작품이다.
캐서린 존슨: 천재 수학자의 도전
캐서린 존슨(타라지 P. 헨슨)은 영화의 중심 인물로, 실제 NASA에서 천재적인 계산 능력을 인정받았던 인물이다. 나사의 '우주 임무 그룹'에 배치된 그녀는 당시 백인 남성들로 가득 찬 조직에서 홀로 자신의 자리를 만들어갔다. 캐서린은 초기에는 회의실에 들어갈 수도, 중요한 보고서에 이름을 올릴 수도 없었다. 그러나 그녀의 탁월한 계산 실력은 결국 존 글렌의 궤도 비행 성공을 가능하게 했다.
캐서린의 이야기는 자신의 능력을 증명하는 것뿐만 아니라, 이를 통해 기존의 체제를 바꾸어 나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녀가 "왜 커피포트가 두 개인가요?"라고 묻는 장면은 인종차별의 부당함을 직설적으로 드러내며, "나도 여기서 일합니다"라는 한마디는 그녀의 존재를 세상에 각인시킨다. 인종차별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한심하기 그지없다. 실제로도 캐서린 존슨은 NASA의 역사에 큰 기여를 했으며, 2015년에는 미국 대통령 자유 훈장을 수여받기도 했다.
도로시 본: 리더십과 혁신의 아이콘
도로시 본(옥타비아 스펜서) 역시 실존 인물로, 최초의 흑인 여성으로 NASA의 관리자 직위를 얻은 인물이다. 그녀는 계산실의 흑인 여성들을 이끄는 비공식 리더로서, 조직 내에서 여성들이 차별받는 현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도로시는 IBM 컴퓨터가 도입될 때 이를 위협이 아닌 기회로 보았다. 그는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독학하고, 팀원들에게도 이를 가르쳐 모두가 새로운 시대에 적응할 수 있게 했다. 선구안을 가진 사람 그자체인 캐릭터다.
도로시는 기술적인 부분에만 국한되지 않고, 팀원들의 잠재력을 끌어내어 모두가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데 주력했다. 컴퓨터 프로그램에 익숙하지 않은 동료들에게 하나씩 가르쳐주고 그들이 기술적 변화에 뒤처지지 않도록 도움을 줬다. 그녀의 리더십은 기존의 편견을 무너뜨리는 데 큰 역할을 한다.
도로시 본의 이야기는 "모든 여성도 리더가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며, 이는 여성들이 직장과 사회에서 당당하게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준다. 도로시 본 역시 실제로도 NASA의 계산기술자에서 프로그래머로 전환하며 혁신을 이끌어냈다.
메리 잭슨: 첫 흑인 여성 항공우주 엔지니어의 꿈
메리 잭슨(자넬 모네)은 NASA의 첫 흑인 여성 항공우주 엔지니어로, 엔지니어가 되기 위해 필요한 수업이 백인들만 다닐 수 있는 학교에서 열리자 이를 바꾸기 위해 법을 통해 부당함을 호소한다. 결국 법정에서 "당신의 아이들에게 내가 첫 번째가 될 기회를 주세요"라는 설득력 있는 말로 승소하게 된다. 공정하고 또 멋지고 당당한 방법이다.
메리의 이야기는 불가능해 보이는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용기의 상징이다. 그녀는 사회적 규범에 도전하고, 개인이 사회가 한 발 더 나아갈 수 있도록 이끌어낸다.
메리는 단지 자신의 커리어를 위해서가 아니라, 미래 세대에게 더 나은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싸웠다. 그녀의 법정 투쟁은 단순히 개인의 권리를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제도적인 불평등을 바로잡는 상징적인 행동이었다. 이러한 그녀의 용기는 어려움이 있더라고 이길 수 있고, 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달한다.
히든피겨스의 시사점
히든 피겨스는 세 명의 흑인 여성들이 성공하는 이야기지만 그 이상의 무언가가 있다. 영화는 사회적 불평등과 제도의 한계를 뛰어넘는 방법을 제시하며, 이를 통해 진정한 평등이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하게 해준다. 특히 이 영화가 실존 인물들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다는 점에서, 영화 속 메시지는 더욱 강력하게 다가온다.
알 해리슨(케빈 코스트너)이 "화장실은 어디든 같아"라며 인종 차별적 화장실 구분을 없애는 장면은, 개인의 결단이 조직 문화를 바꿀 수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는 영화가 단지 차별을 비판하는 데 그치지 않고, 변화의 모습까지 보여주는 것이 감동적이었다.
현재까지도 인종차별이 만연하게 존재하고 있다. 영화를 보고 더욱 깊게 생각해봐야할 문제라고 느껴짅다. 영화 속 세 명의 주인공들은 단지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했을 뿐이지만, 그들이 이룬 성취는 한 조직, 나아가 사회 전체에 큰 영향을 미친다.
특히 여성들이 스스로를 믿고,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의 가치를 증명할 수 있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준다. 모든 여성들에게 "당신의 자리를 당당히 차지하라"고 전달하는 듯하다. 부당한 대우를 받는 장면이 마음이 쓰려 눈물이 많이 나기도 했지만 결국 이뤄내는 모습에 용기를 얻을 수 있던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