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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묘(2024), 귀한 K-오컬트의 차별화된 공포

by 생각흔적 2025. 2. 13.


K-오컬트 영화 선두주자 장재현 감독님

유능한 풍수사 상덕(최민식)과 그의 조수 영근(김고은)은 미국에서 온 의뢰를 받고 한 집안의 묘를 파묘(破墓)하게 된다. 오래전 조상이 묻힌 묘를 옮기면 가문의 불행이 사라질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땅을 파는 순간, 예상치 못한 기이한 일들이 벌어진다.
점점 강해지는 불길한 징조와 알 수 없는 존재의 경고. 파묘는 단순한 무덤 이장이 아닌, 과거와 얽힌 저주의 실체를 드러내는 과정이 된다. 풍수와 주술, 그리고 가족의 운명이 얽힌 이 사건은 공포로 치닫는다.
 
*장재현 감독님
검은 사제들(2015)과 사바하(2019)를 통해 K-오컬트라는 독창적인 장르를 개척한 대표적인 감독님! 한국적인 종교와 신앙을 현대적인 공포로 풀어내는 그의 연출 방식은 이번 파묘에서도 빛을 발한다.
검은 사제들이 가톨릭 퇴마를 다뤘다면, 사바하는 불교의 미스터리한 교리를 중심으로 전개되었다. 이번 파묘는 한국의 전통 무속 신앙과 풍수지리설을 기반으로 한 이야기로, 또 한 번 장재현 감독만의 독창적인 오컬트 세계관을 확장했다. 귀신이나 초자연적인 현상을 단순히 공포의 요소로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한국 사회에서 믿어지는 전통적인 가치와 연결하여 더욱 실감 나고 설득력 있는 공포를 창조했다. 감독님, 이렇게 계속 세계관 확장해서 K-오컬트 영화 만들어 주세요!

감독 장재현은 이전 작품들에서 보여준 독창적인 오컬트 세계관을 이번 영화에서도 한층 더 발전시켰다. 전통 무속 신앙의 다양한 요소를 철저하게 연구한 결과물이라 할 수 있는 이 작품은, 현실과 미신 사이의 경계를 모호하게 하여 관객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촬영 현장에서는 실제 무당들이 참여해 굿 장면을 재현하는 등, 제작진의 열정과 노력 덕분에 영화의 리얼리티가 배가되었다. 촬영 당시 무당들과 스태프들은 마치 한 편의 전설 속에 들어간 듯한 분위기를 느꼈다고 전해지며, 이러한 현장 에피소드는 영화가 단순한 허구가 아니라 우리 문화의 진실을 담고 있음을 보여준다. 배우들과 스태프들의 진심 어린 협업은 영화의 완성도를 높이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했고, 이로 인해 파묘는 오랫동안 관객의 기억 속에 남을 작품이 되었다.

연기 기깔나는 배우들과 한국적 요소의 차별화된 공포

배우들의 연기가 영화를 단단하게 받쳐준다. 최민식은 말할 것도 없고, 유해진은 너무나 당연하게 베테랑이다. 김고은과 이도현의 조합은 신선한 활력을 불어넣었고, 맡은 역할이 무당이라 평소 해보지 않았을 법한 몸짓까지 자연스럽게 소화해 내며 캐릭터 그 자체의 매력을 극대화했다. 전체적으로 배우들의 조합이 무게감을 유지하면서도 관객이 지루해지지 않도록 적절한 리듬을 만들어주었다. 분위기가 지나치게 어둡거나 무서워지지 않도록 해주는 세심한 배려 속에서, 캐스팅의 조화가 돋보였다.
연출 또한 기대 이상이었다. 모두가 입을 모아 칭찬했던 일본 장군 쇼군의 CG 장면을 약간 제외하더라도, 푸른빛이 감도는 색감과 미국의 저택, 그리고 파묘가 진행된 산의 어두운 분위기가 영화의 긴장감을 극대화했다. 오싹한 기운이 화면 너머로 전해지는 느낌, 영근(김고은)이 굿을 하는 장면, 봉길(이도현) 몸에 새겨진 축경 타투, 병원에서 무당 세 명이 함께 신을 부르는 장면 등 한국인이라면 더욱 깊이 와닿을 K-오컬트의 참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영화에 묘사된 파묘 방식이나 굿 등의 의식은 실제 작업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평을 듣기도 했다. 유해진이 맡은 역할의 실제 인물이 관이 중첩된 첩장을 목격했다는 일화는, 현실이 영화보다 더한 공포감을 선사했다.

 

영화관 2번 찾아가게 만든 영화 '파묘'

오컬트 영화를 다 좋아한다. 심지어 K-오컬트라니, 없어서 못 볼 정도. 그래서인지 정재현감독님의 작품들을 다 재미있게 봤다. 콘셉트사진이랑 포스터 올라올 때부터 알아봤다. 이 영화 재미있겠다. 처음에 일부러 분위기 잡고 보겠다고 비 오는 날, 가장 마지막 시간에 하는 영화를 보러 갔다. 끝나고 나오니 이미 밤 12시가 지나 새벽 1시가 가까운 시간이었다. 늦은 시간이라 그런지 밖도 어두웠고 빌딩의 전체적인 불은 꺼져있었다. 영화관과 비상구 계단의 불 켜져 있는 정도? 영화가 끝나고 계단을 내려가는데, 갑자기 누군가의 목소리가 귀에 들려왔다. 여자 귀신이었으면 더 무서웠겠지?라고... 나 분명 혼자 보러 왔는데? 이 어두운 계단에서 대체 누가 나한테 말을 거는 걸까 진짜 겁먹었었다. 혹시 환청 들었나 싶고. 그냥 무시하고 내려가는데 확인사살하듯 아니 봐봐, 여자 귀신이 나왔으면 분위기 더 무서웠을 거 같지 않아?라고 한 번 더 귀에 속삭여왔다. 소리 나는 방향으로 겨우겨우 목만 돌려서 곁눈질로 쳐다봤는데 너무나 다행히도 어떤 여성분이셨다. 심장이 너무 뛰었다. 친구랑 내가 입은 옷 색깔이 똑같은데 어두워서 착각했다고, 죄송하다고 하시며 뒤로 사라지셨다. 이 일까지 영화의 마무리를 제대로 찍어주었다. 잊을 수 없는 해프닝.
평소에도 사주, 신점 등의 오컬트를 궁금해하고 알아보는 것을 좋아하는 편인데, 그래서 더 이 영화를 받아들이기 쉽고 재미있었다. 실제로 무당을 만날 일이 없으니 간접경험이 되는 듯한 기분. 물론 실제로 나에게 저런 일이 일어나는 것을 바라는 것은 아니다. 일본 장군 귀신 평생 모르고 싶습니다. 결론적으로 파묘팀이 일본장군귀신을 없애버리는 해피엔딩이라서 더더욱 좋았다. 험한 것 없애버리기 엔딩! 넷플릭스에도 올라와 있어서 조만간 한 번 더 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