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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시트(2019), 한국 재난 영화의 새로운 기준이 된 이유와 현실적 생존기

by 생각흔적 2025. 3. 15.

임윤아와 조정석의 케미가 돋보이는 영화 포스터


영화 엑시트는 한국 재난 영화의 기존 공식을 깨고, 유쾌함과 현실적인 생존기를 결합하여 큰 흥행을 이룬 작품이다. 조정석이 연기한 평범한 청년 용남은 비범한 히어로가 아닌,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현실적인 캐릭터로 강한 몰입감을 유발한다. 또한, 영화는 도심 속에서 벌어질 법한 재난을 사실적으로 그려내며 긴장감과 공감을 동시에 이끌어냈다.

한국 재난 영화의 새로운 기준이 된 엑시트

일반적으로 한국 재난 영화는 감정적인 요소를 강조하며, 가족애나 사회적 메시지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엑시트는 이러한 전형적인 틀에서 벗어나, 재난 상황 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 유쾌한 생존극을 선보였다. 진지한 장면에서는 더없이 긴장감을 주지만, 곳곳에 유머 코드가 적절히 섞여 있어 너무 무겁게만 느껴지지 않는다. 이러한 균형 잡힌 분위기는 가족 단위의 관객이 함께 보기에도 부담이 없고, 재난 장르에 대한 거부감을 줄여주는 요소로 작용한다.

엑시트는 단순한 재난 영화가 아니라, 현실적인 설정과 개성 있는 캐릭터들이 만들어내는 재미가 돋보인다. 여타 재난 영화처럼 거대한 음모나 정치적 배경이 있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주인공들의 생존 본능과 즉흥적인 판단력이 중심이 된다. 덕분에 관객들은 더욱 몰입할 수 있고, 주어진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한 다양한 시도들을 보며 흥미를 느끼게 된다. 주어진 환경을 이용해 탈출하는 과정은 단순한 액션보다 훨씬 현실적이며, 실제로 이런 일이 벌어진다면?이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기존의 한국 재난 영화로는 타워, 부산행, 판도라 등이 있다. 타워는 초고층 빌딩에서 발생한 화재를 다루며, 극한의 상황에서 살아남으려는 사람들의 사투를 긴박하게 그려냈다. 부산행은 한국 재난 영화 중 가장 독창적인 좀비 바이러스 소재를 활용해, 액션과 감정을 동시에 담아낸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판도라는 원전 폭발이라는 대형 재난을 배경으로 하여 정부의 대처 미숙과 개인의 희생을 조명하며 사회적 메시지를 담아냈다. 이 영화들은 공통적으로 가족애, 희생, 사회적 문제 등을 중심으로 전개되었으며, 감동과 극적인 갈등을 주요 요소로 삼았다.

반면, 엑시트는 기존의 재난 영화들과 달리 감동적인 요소보다는 현실적이고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탈출 과정을 강조했다. 불필요한 감정선을 최소화하고 재난 상황에서 주어진 환경을 이용해 탈출하는 과정에 집중한다. 기존의 재난 영화가 슬픔과 희생의 무게를 강조했다면, 엑시트는 오히려 가벼운 코미디 요소를 가미해 색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긴박한 상황 속에서도 가볍고 경쾌한 분위기를 유지하는 것이 엑시트만의 차별점이다.

조정석과 임윤아가 만든 현실적이고 공감 가는 주인공

엑시트에서 조정석이 연기한 용남은 전형적인 영웅 캐릭터가 아니다. 그는 뛰어난 운동신경을 가지고 있지만, 현실에서는 졸업 후 오랫동안 취업에 실패한 평범한 청년이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그런 사람인 것이다. 조정석은 용남이라는 캐릭터를 현실적으로 표현하면서도, 특유의 능청스러운 코미디 연기를 적절히 가미해 영화의 재미를 살렸다. 그가 보여주는 클라이밍 실력은 우연히 얻어진 능력이 아니라, 대학 시절 산악부 활동을 하며 익힌 기술이라는 점에서 더욱 설득력이 있다. 한국에서 클라이밍이 생각보다 큰 인기를 끌었고, 주변에서 클라이밍을 여전히 하고 있는 친구들이 떠오르게 하는 역할이었다.
용남뿐만 아니라 의주(임윤아) 역시 전형적인 여성 캐릭터와는 차별화된 모습을 보여준다. 의주는 호텔 연회장에서 일하는 직원으로, 우연히 용남의 가족과 재회하며 재난에 휘말리게 된다. 호텔 연회장에서 일하면서 상사가 좋지 못한 행동을 하는 것이 진짜 현실의 모습을 반영해 주었다. 의주는 용남과 함께 탈출하면서도 침착함을 유지하고, 때로는 용남을 돕는 역할을 하며 단순한 조력자가 아닌 독립적인 캐릭터로서의 매력을 보여준다.
조정석과 임윤아의 호흡은 영화의 긴장감과 재미를 조절해 주는 멋진 장치가 되었다. 두 배우는 위기의 순간에도 유머를 잃지 않는 자연스러운 연기를 보여주었으며, 서로 티격태격하면서도 점차 신뢰를 쌓아가는 과정이 몰입도를 높였다. 이러한 캐릭터 간의 조화는 영화가 단순한 재난 영화가 아니라, 유쾌한 생존극으로 자리 잡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현실을 반영한 재난 설정과 생존기

엑시트의 재난 설정은 과장된 SF적 요소 없이, 현실에서 충분히 발생할 법한 상황을 기반으로 한다. 영화에서 등장하는 유독가스 테러는 과거 여러 국가에서 실제로 발생한 사례가 있으며, 도심에서 이런 재난이 벌어진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를 매우 사실적으로 묘사한다. 특히, 영화는 다음과 같은 현실적인 요소들을 잘 반영했다.

  • 도심 속 탈출의 어려움을 사실적으로 묘사했다. 영화 속에서 용남과 의주는 높은 빌딩 숲 속에서 탈출구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이는 한국처럼 빽빽하게 빌딩으로 밀집된 도심에서 재난이 발생했을 때 실제로 마주할 문제점들을 현실적으로 보여준다.
  • 옥상 문이 잠겨 있는 설정이 현실적이다. 많은 빌딩에서 보안상의 이유로 옥상 문을 잠가놓는 경우가 많다. 영화 속에서 용남과 의주가 옥상 탈출을 시도하지만 문이 잠겨 있어 좌절하는 장면을 보고 얼마나 답답했는지 모른다.
  • 전문 구조대의 도착이 늦어지는 문제를 강조했다. 실제로 재난이 발생하면 구조대가 도착하는 데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영화는 이 점을 부각하며 결국 스스로 탈출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큰 상황을 보여준다.
  • 생존을 위한 창의적인 방법들이 등장한다. 용남이 클라이밍 실력을 활용해 탈출하는 장면들은 비현실적인 초인적 액션이 아니라, 그가 가진 기술을 최대한 활용해 현실적인 방법으로 탈출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러한 요소들은 영화가 단순한 재난 영화가 아니라, 진짜 우리가 마주할 수도 있는 현실적인 상황을 기반으로 한 생존 영화로 느껴지게 만들었다. 엑시트는 재난 영화 치고도 조금 특이하게, 현실적인 상황을 반영한 탈출 과정과 평범한 주인공의 성장 이야기를 통해 차별화된 매력을 선보였다. 조정석은 현실적인 연기를 통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캐릭터를 만들어냈으며, 유독가스를 활용한 재난 설정은 기존 한국 재난 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독창적인 시도였다.

또한, 영화는 무거운 분위기 대신 유머와 긴장감을 적절히 섞어 관객들이 끝까지 몰입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기존의 감정 중심적 재난 영화들과 차별화되는 지점이며, 엑시트가 한국 재난 영화의 새로운 기준을 세운 이유이기도 하다. 엑시트에서 탈출하는 모습을 보면서 평소에도 운동을 해야겠다는 생각과, 탈출 방법을 미리 알고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크게 들었다. 신선한 한국형 재난영화라는 점이 가장 흥미로웠던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