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를 보고 나면 머릿속이 꽉 찬 느낌이 든다. 멀티버스라는 다소 복잡한 설정을 가졌지만, 결국엔 우리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가족 이야기로 돌아오는 이 영화는 신선하면서도 묵직한 여운을 남긴다. 다니엘 콴과 다니엘 쉐이너트 감독이 만들어낸 이 작품은 아시아적 정서와 서양적 스토리텔링을 훌륭하게 엮어내며, 관객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사한다.
아시아적 정서와 서양적 스토리텔링의 조화
영화의 주인공 에블린(양자경)은 이민 1세대의 삶을 살고 있다. 세탁소를 운영하며 늘 고단한 일상에 치여 있지만, 그녀의 진짜 고민은 가족과의 관계다. 남편과의 소통 문제, 그리고 무엇보다 딸 조이와의 갈등은 많은 아시아 가정에서 쉽게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다. 부모의 기대와 아이의 자아 사이의 간극은 세대와 문화, 그리고 이민자의 정체성 문제까지 얽혀 있다.
하지만 영화는 단순히 이 갈등을 보여주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멀티버스를 배경으로 에블린은 다양한 차원에서 여러 '자신'을 만나게 된다. 그 과정에서 그녀는 가족과의 관계를 새롭게 바라보게 되고, 특히 딸 조이를 진정으로 이해하게 된다. 이 부분에서 영화는 아시아적 가족주의와 서양적 개인주의를 자연스럽게 연결한다. 조이의 아픔을 이해하고, 딸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에블린의 모습은 큰 감동을 준다.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의 성장과 화해를 이렇게 독특하게 표현할 수 있다는 게 새로웠다. 가족 이야기는 항상 나에게 큰 울림을 주는데, 이번 영화는 정신없이 몰아치는 장면들에 감동이 같이 밀려들어왔다.
시각적 연출의 색다른 조합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의 시각적 스타일은 말 그대로 '모든 것'이 한데 어우러진 느낌을 준다. 한 장면에서는 홍콩 액션 영화의 감성을 물씬 풍기다가, 곧바로 서양의 SF 영화에서나 볼 법한 화려한 CGI 세계로 넘어간다. 영화 속 차원들은 각기 다른 분위기와 색감을 가지고 있어, 시각적으로도 멀티버스를 제대로 표현해 낸다.
특히 양자경이 보여주는 무술 장면은 오래된 홍콩 영화 팬이라면 반가워할 요소다. 동시에 영화는 판타지적인 요소를 적극 활용해 코믹하면서도 진지한,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예를 들어, '소세지 손가락' 세계에서는 어이없을 정도로 유쾌한 장면을 보여주지만, 그 속에도 인물들의 감정과 메시지가 담겨 있다. 이러한 연출은 아시아적 감성과 서양적 영화 기법을 자연스럽게 결합해 새로운 매력을 만들어낸다.
삶과 존재에 대한 진솔한 메시지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생각보다 철학적이다. 멀티버스를 다루면서도 결국 중요한 것은 '지금 이곳'에 있는 사람들과의 관계라는 점을 강조한다. 다양한 차원을 오가며 모든 것이 무의미하게 느껴지는 상황에서도, 에블린은 결국 사랑을 선택한다. 이는 불교적 '공(空)' 사상과도 연결되며, 동시에 서양의 실존주의적 메시지도 담겨 있다.
특히 마지막 장면에서 에블린이 조이에게 "나는 여기에 있고, 너와 함께 있을 거야"라고 말하는 부분은 정말 가슴 깊이 와닿았다. 삶이 혼란스럽고 때로는 방향을 잃은 듯해도, 결국 중요한 건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관계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된다. 이러한 점에서 영화는 단순히 눈을 즐겁게 하는 오락을 넘어, 관객들에게 진정성 있는 메시지를 전한다. 웃긴장면들이 많은데 진지한 연기력들과 함께하여 감동이 밀려오는데 아직도 잊혀지지가 않는다.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는 아시아와 서양의 문화적 경계를 허물면서 가족 나라는 존재를 생각하게 하는 영화다. 화려한 비주얼과 독특한 설정, 그리고 무엇보다도 진정성 있는 이야기로 많은 이들의 마음을 울렸다. 이 영화가 남긴 여운은 꽤 오래갈 것 같다. 앞으로도 이러한 독창적이고 감동적인 작품들이 많이 나오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