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영혼의 여정
픽사 애니메이션 소울은 단순한 어른을 위한 애니메이션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삶과 죽음, 존재의 의미를 탐구하는 깊이 있는 스토리를 통해 이를 이해할 수 있는 어른들에게 더 큰 울림을 주기 때문이다.
주인공 조 가드너는 뉴욕에서 재즈 피아니스트를 꿈꾸는 음악 교사다. 우연히 큰 공연의 기회를 잡게 되지만, 예상치 못한 사고로 영혼이 몸을 떠나면서 영혼의 세계인 태어나기 전 세상(The Great Before)으로 가게 된다. 그곳에서 아직 태어나지 않은 영혼 22를 만나게 되고, 두 영혼은 함께 지구로 돌아가기 위해 모험을 시작한다. 전체적인 여정에서 삶의 본질에 대한 철학적 질문을 던진다. 사람은 무엇을 위해 사는가? 열정을 가지는 것이 곧 삶의 의미인가? 우리는 꿈을 이루지 못하면 가치 없는 존재인가? 픽사는 생각보다 무거울 수 있는 주제를 감각적인 애니메이션과 감동적인 음악을 통해 따뜻하면서도 깊이 있게 풀어낸다.
조는 처음에는 자신의 삶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재즈 피아니스트로 성공해야 한다고 믿는다. 하지만 영화가 진행될수록 그는 삶의 의미가 반드시 하나의 목표를 이루는 것만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꿈을 이루지 못한 채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이 조와 같은 생각을 할 것이다. 하지만 영화는 꿈을 이루는 과정에서 얻어지는 작은 순간들, 그 자체가 삶을 의미 있게 만든다고 이야기한다.
영화는 또한 현실적인 메시지를 던진다. 우리는 살면서 종종 "이것만 이루면 행복할 거야"라고 생각하지만, 그 목표를 이루었을 때 예상과 다른 감정을 느끼기도 한다. 조 역시 마찬가지다. 평생 원했던 재즈 클럽에서 연주하는 꿈을 이루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순간이 자신이 상상했던 것처럼 특별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리고 그가 깨달은 것은 바로 우리가 살아가면서 겪는 일상의 소소한 순간들이야말로 삶을 의미 있게 만든다는 것이다.
인생과 닮아 있는 재즈의 즉흥적인 선율
소울에서 재즈는 배경음악뿐만 아니라, 영화의 핵심 주제다. 조 가드너는 어릴 때부터 재즈 피아니스트가 되는 것이 인생의 목표였다. 그에게 재즈는 단순한 음악이 아니라, 존재의 이유이자 삶의 목적이었다. 하지만 영화는 재즈의 가장 큰 특성인 즉흥성을 강조하여 보여주며 삶도 마찬가지로 즉흥적인 흐름을 따라가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즉, 삶은 완벽한 계획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순간을 즐기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조가 뉴욕의 거리에서 일상의 작은 순간들을 바라보는 장면, 지구로 돌아온 22가 처음으로 바람과 햇살을 느끼는 장면들은 살아간다는 것 자체가 아름다운 경험임을 보여준다. 태어났기 때문에 그저 살아간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매 순간순간이 삶이며 그 순간을 느끼면서 살아가야 한다. 음악과 마찬가지로, 삶도 즉흥적인 연주 속에서 빛을 발하는 순간들이 있다는 것을 계속해서 우리에게 읊조려준다.
재즈가 가지는 또 하나의 의미는 "완벽함이 필요 없는 예술"이라는 점이다. 기존의 음악들이 악보를 따라 정확한 음을 연주하는 것이라면, 재즈는 그때그때 음악가가 느끼는 감정과 흐름을 따라 즉흥적으로 연주된다. 소울에서 재즈는 단순한 예술이 아니라, 조가 자신의 삶을 바라보는 방식과 연결된다. 처음에는 철저히 계획된 삶만을 가치 있다고 믿었던 조가, 점차 작은 순간들을 즐기는 법을 배우는 과정이 바로 재즈의 즉흥성과 맞닿아 있다.
22가 뉴욕의 거리에서 단풍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고 감탄하는 장면은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조는 재즈 공연을 통해 완벽한 삶을 이루고 싶었지만, 오히려 22는 단순한 일상의 순간들 속에서 더 큰 감동을 느낀다. 영화는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삶을 살아가는 가장 중요한 방식임을 전달한다.
삶의 작은 순간을 놓치고 사는 어른들을 위한 이야기
픽사의 애니메이션은 늘 감동적이지만, 소울은 특히 생명이나 삶 등을 다룬다는 점에서 다 큰 어른들에게 더 감동적으로 다가온다. 영혼의 세계와 현실을 오가며, 우리가 잊고 지낸 삶의 본질적인 가치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많은 사람들이 내 꿈을 이루어야만 행복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영화는 꿈을 이루는 것도 좋은 일이지만 그 과정에서 느끼는 작은 순간들이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조는 자신의 꿈을 이루었음에도 불구하고 예상했던 것만큼의 감정을 느끼지 못한다. 오히려 22가 세상을 처음 경험하며 감탄하는 순간들에서 조는 자신이 놓치고 있던 삶의 아름다움을 깨닫는다. 어떤 것을 경험해도 행복해했던 때가 있던 것을 잊지 말자.
이 영화는 성공해야 행복한 것이 아니다라고 단순히 말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는 것 자체가 의미 있는 삶이라는 깨달음을 전한다. 어린 시절 꾸었던 꿈을 잊고 살아가는 어른들에게, 꿈을 못 이뤄서 괴로워하는 사람들에게, 지금 이 순간을 소중히 여기라고 따뜻하게 말을 걸어주는 영화이기 때문에 힘들어하는 누군가 꼭 봤으면 좋겠다.
특히 영화는 마지막 장면에서 조가 "이제 어떻게 살 건가요?"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모르겠어요. 하지만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 볼게요."라고 대답하는 장면을 통해 삶을 대하는 태도의 변화를 보여준다. 이전에는 오직 한 가지 목표만이 삶의 의미라고 믿었던 조가, 이제는 매일매일을 살아가면서 의미를 찾아가겠다고 다짐하는 것이다. 지금을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이 너무 먼 미래에만 집중하기보다는, 오늘의 순간을 소중히 여기고 살아가기를 바라는 따뜻한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