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버드박스는 큰 인기를 끌었다. 넷플릭스 가입자를 많이 늘리는데 꽤 큰 역할을 한 영화일 것이다. 산드라 블록의 열연과 독특한 설정, 숨막히는 긴장감 덕분에 많은 이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버드박스는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다. 원작은 조시 말러먼(Josh Malerman)이 2014년에 발표한 동명 소설로, 영화와 비교했을 때 여러 설정과 전개 방식에서 차이를 보인다. 이번 글에서는 원작 소설과 영화 '버드박스'의 주요 차이점을 스토리, 등장인물, 결말 측면에서 비교하며 알아보도록 하자
원작소설과 영화 주요 스토리와 설정 차이점
영화 버드박스의 스토리는 현재와 과거를 교차하며 진행된다. 주인공 말로리(산드라 블록)가 두 아이와 함께 강을 따라 피난처를 찾는 현재의 상황과, 괴생명체의 출현으로 세상이 혼란에 빠지는 초기 상황을 번갈아 보여준다. 이러한 플래시백 기법은 관객의 긴장감을 유지하고, 주인공의 심리 변화와 극적인 사건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데 기여한다.
반면 원작 소설은 사건을 시간 순서대로 전개한다. 말로리가 임신했을 때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이야기를 차근차근 풀어나가며 독자는 그녀의 여정을 자연스럽게 따라가게 된다. 이러한 구조는 독자가 사건을 이해하고 몰입하는 방식에 차이를 만든다. 영화는 시청자가 빠르게 상황에 적응하고 몰입하게 만드는 데 집중한다면, 소설은 느리지만 깊이 있는 심리 묘사와 긴장감을 쌓아간다.
더하여, 버드박스라는 제목의 상징성도 차이가 있다. 영화에서는 새가 위험을 감지하는 도구로 사용된다. 새가 갑작스럽게 날거나 소리를 내면, 괴생명체의 존재를 암시하며 등장인물들은 눈을 가리고 대비한다. 그러나 원작 소설에서 새의 역할은 더 상징적이다. 새장 속 새들은 인간의 고립감을 표현하며, 외부 세상의 위험을 감지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로, 인간이 자연의 위험을 통제하려는 시도를 상징한다. 이처럼 영화와 소설은 버드박스의 의미를 다르게 해석하며 각각의 이야기 속 메시지를 전달한다.
등장인물의 변화와 캐릭터 설정
영화와 원작 소설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차이점 중 하나는 등장인물의 성격과 역할이다. 영화에서는 톰(트래반테 로즈)이 말로리의 든든한 조력자로 등장한다. 그는 재난 상황에서도 긍정적인 태도를 유지하며, 다른 사람들을 돌보고 희망을 잃지 않는다. 영화의 톰은 극의 중반 이후에도 살아남아 말로리와 두 아이의 탈출을 돕는 중요한 인물로 그려진다. 이는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가족애와 희망의 메시지를 강화하는 요소다.
그러나 원작 소설의 톰은 영화만큼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다. 그는 이야기의 초반부에 사망하며, 이후 말로리는 홀로 남아야 한다. 이는 주인공이 더욱 가혹한 현실에 직면하게 하고, 생존의 고독과 두려움을 강조한다. 말로리가 오로지 본인의 힘으로 아이들을 지켜내야 하는 상황은 독자로 하여금 그녀의 내면적인 성장과 강인함을 더욱 깊이 느끼게 한다.
또한, 영화에서는 게리(톰 홀랜더)라는 인물이 집단 내에서 갈등을 일으키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는 괴생명체를 찬양하며 사람들을 위험에 빠뜨리는 인물로 묘사되는데, 이는 영화가 갈등을 시각적으로 강하게 드러내고 긴장감을 극대화하기 위한 장치다. 반면 원작에서는 이처럼 극단적인 악역이 존재하지 않는다. 소설의 '미친 자'들은 외부의 존재를 보아도 안전하다는 설정을 가지고 있지만, 영화처럼 직접적으로 집단을 파괴하거나 공격하지는 않는다. 이러한 차이는 원작이 내적 갈등과 심리적인 공포를 강조하는 반면, 영화는 시각적 충격과 액션을 강조했음을 보여준다.
결말과 메시지의 차이점
결말에서도 원작과 영화의 차이점은 분명하게 드러난다. 영화 버드박스의 결말은 비교적 희망적이다. 말로리와 아이들은 강을 건너 시각 장애인들의 공동체에 도착하게 된다. 이들은 눈을 감아야만 안전한 세상에서 시각적 장애를 통해 오히려 보호받을 수 있다는 역설적인 설정을 보여준다. 말로리는 이곳에서 아이들에게 비로소 이름을 지어주며, 가족으로서의 정체성을 회복하고 새로운 삶의 시작을 암시한다. 이는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모성애와 희망의 메시지를 강화한다.
반면, 원작 소설의 결말은 훨씬 어둡다. 피난처에 도착했을 때 그곳의 사람들은 시력을 물리적으로 잃은 상태였다. 이들은 스스로 시력을 제거함으로써 괴생명체의 위협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이는 생존을 위해 인간이 자발적으로 자신의 감각을 포기해야 하는 극단적인 선택을 보여준다. 원작은 이러한 설정을 통해 인간의 나약함과 생존을 위한 잔혹한 현실을 더욱 강조한다.
원작에서는 말로리가 아이들에게 이름을 지어주는 장면이 없다. 그녀는 아이들을 '소년(Boy)'과 '소녀(Girl)'라고만 부른다. 이는 생존을 위해 정서적 유대감을 최소화하려는 절박한 상황을 나타낸다. 그녀의 이러한 행동은 감정의 소모를 줄이기 위한 생존 전략으로, 영화보다 훨씬 현실적이고 냉혹한 생존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이러한 차이는 영화가 감성적이고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한 반면, 원작은 보다 현실적이고 인간 본연의 약함과 두려움을 직시하게 한다.
원작 소설과 영화는 같은 이야기를 바탕으로 하고 있지만, 표현 방식과 메시지에는 많은 차이가 있다. 영화는 대중적인 감성을 고려해 희망과 감동을 더했으며, 원작 소설은 어둡고 현실적인 생존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두 작품 모두 각자의 매력을 가지고 있으며, 차이점을 알고 감상하면 더욱 재미있게 즐길 수 있다. 영화 버드박스를 즐겁게 봤다면, 원작 소설을 통해 또 다른 시각으로 버드박스의 세계를 만나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