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겟 아웃(2017), 숨겨진 상징에서 보이는 영화의 메시지

by 생각흔적 2025. 3. 10.

겟아웃 영화 포스터


조던 필(Jordan Peele) 감독의 장편 데뷔작 '겟 아웃'은 공포 영화의 형식을 빌려 현실 속 인종차별과 사회적 편견을 날카롭게 비판한 작품이다. 영화는 공포라는 장르를 넘어, 여러 상징과 메시지를 통해 감독의 의도를 전달한다. 이번 글에서는 '겟 아웃' 속 숨겨진 상징과 그 메시지를 세 가지 주요 장면을 통해 분석하려 한다.

오바마 발언에 숨겨진 메시지

영화 초반, 크리스(다니엘 칼루야)가 여자친구 로즈(앨리슨 윌리엄스)의 부모님을 만나러 갔을 때, 로즈의 아버지는 "오바마를 세 번이라도 뽑았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 발언은 언뜻 보면 진보적이고 개방적인 태도를 표현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미묘한 인종차별의 메시지를 내포하고 있다. 거짓된 표정을 짓고 있다는 느낌도 든다.

겉으로는 차별하지 않으려 하지만, 여전히 차별적인 사고방식이 남아있는 미국 사회의 현실을 아주 정확하게 드러내는 장면이다. 이는 영화 속 많은 백인 캐릭터들이 흑인들을 대할 때 보여주는 '의도가 있는 친절'의 일환으로, 진정한 존중이 아닌 표면적인 호의에 불과하다. 이와 비슷한 예로 영화 속 파티 장면에서는 백인들이 크리스에게 피부 탄력과 체력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마치 흑인의 신체적 특성을 상품처럼 소비하는 듯한 태도를 보인다. 이는 단순한 관심이 아니라, 흑인을 특정한 기준으로 바라보는 왜곡된 시선에서 비롯된 행동이다.

로즈의 아버지가 오바마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 흑인을 존중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단순한 보여주기식 태도일 뿐이며, 실질적인 평등 의식과는 거리가 멀다. 이는 현대 사회에서 무의식적으로 행해지는 차별과도 연결되며, 조던 필 감독은 이러한 요소들을 영화 속 대사 하나하나에 교묘하게 숨겨놓았다.

'선큰 플레이스(The Sunken Place)': 자유를 빼앗긴 자아의 상징

자유를 빼앗긴 자아의 상징] 영화에서 크리스가 최면에 걸려 일명 선큰 플레이스(The Sunken Place)에 빠지는 장면은 잊을 수 없으며 핵심 장면 중 하나이다. 이 공간은 그가 현실을 바라볼 수는 있지만 아무런 행동도 할 수 없는 무력한 상태를 표현한다. 이는 흑인들이 사회적 억압 속에서 느끼는 무력감과도 연결된다. 컵 안의 깊고 어두컴컴한 세계에 빠져 허우적대지만 벗어나올 수 없는 상태는 답답함과 무기력함을 직접 경험하는 듯한 느낌을 들게 한다.

'선큰 플레이스'는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하이라이트 장면을 뛰어넘는다. 조던 필 감독은 이 장면을 통해 "흑인들이 아무리 진실을 말해도 세상은 듣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이러한 상징은 억압된 자아와 자유를 빼앗긴 삶을 은유한다고 볼 수 있다. 크리스가 이곳에 갇히게 되는 과정은 단순한 공포적 연출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소외당하고 목소리를 빼앗긴 자들을 대변하는 장면이기도 하다.

특히 최면을 거는 과정에서 사용된 찻잔과 티스푼 소리는 중요한 장치로 작용한다. 이는 단순한 효과음이 아니라, 노예제 시대 백인 주인이 흑인 노예들에게 지시를 내릴 때 사용하던 종소리를 연상시키는 요소다. 조던 필 감독은 이러한 소품을 통해 흑인들이 여전히 통제받고 있으며, 특정한 환경 속에서 자유를 박탈당하고 있음을 표현했다. 크리스가 선큰 플레이스에 빠진다는 것은 단순히 공포적인 장면이 아니라, 백인 주류 사회가 흑인들의 목소리를 가로막고 그들을 억압하는 현실을 상징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또한, 크리스가 이곳에 빠질 때 카메라 앵글은 점점 그의 시야를 좁혀 가며 무한한 어둠 속으로 추락하는 듯한 효과를 준다. 이는 그가 현실을 인지하지만 그 안에서 아무런 행동도 할 수 없다는 무력감을 극대화하는 연출이다. 이는 단순한 공포 장면을 넘어, 현대 사회에서 흑인들이 아무리 외쳐도 들리지 않는 현실을 보여주는 강렬한 은유로 작용한다.

영화의 메세지

영화에서 색채는 매우 중요한 상징으로 작용한다. 특히 로즈의 의상 변화는 그녀의 내면과 숨겨진 의도를 시각적으로 드러낸다. 영화 초반에 그녀가 입은 흰색 의상은 순수함과 무해함을 상징한다. 그러나 후반부에 그녀가 본색을 드러낼 때는 흰색 티셔츠에 빨간색 속옷을 입고 등장한다. 여자친구가 가해자 중 하나가 될 수 있다는 것도 충격적이지만 이조차 그저 현실과 가까운 모습이다.

흰색은 여전히 겉으로 보이는 이미지를 나타내지만, 그 아래 붉은색은 폭력과 위험을 상징한다. 이러한 색채 대비는 관객에게 그녀의 진짜 모습을 은유적으로 전달하며, 로즈가 단순한 협력자가 아니라 적극적인 가해자임을 드러낸다. 이는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 즉 선의로 포장된 차별과 폭력의 위험성을 시각적으로 극대화한 장면이다.

또한, 영화 후반부 크리스가 탈출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사용된 '면솜' 역시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 그는 의자에서 나온 면솜을 이용해 귀를 막아 최면을 피하고 자유를 찾는다. 이는 미국 역사 속 흑인들이 강제로 노동했던 '목화밭'을 연상시키며, 과거의 억압이 현재에도 여전히 존재하지만, 이를 극복할 수 있음을 암시하는 중요한 장면이다.

 

겟 아웃은 세계적으로 꽤 히트를 쳤다. 우리나라에서도 흥행하여 다양한 패러디가 나오고 지금까지도 회자되는 영화이다. 영화 속 다양한 상징과 메시지는 현실의 불편한 진실을 비추어, 관객으로 하여금 사회적 편견과 차별을 돌아보게 만든다. 조던 필 감독은 이 작품을 통해 공포 영화가 단지 무서움을 주는 것을 넘어, 현실을 반영하고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강력한 도구임을 증명했다.

겟 아웃은 공포 장르의 틀을 깨고, 진정한 의미의 '메시지 무비'로 자리 잡은 걸작이다. 미묘한 분위기를 느끼게 해주는 영화의 전체적인 연출도 매우 마음에 든다. 공포 영화이지만 단순한 점프 스케어나 고어 표현 없이도 극도의 불편함과 공포를 조성하는 방식이 인상적이었다. 이를 통해 관객들은 단순한 오락적 공포를 넘어, 현실 속에서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불편한 진실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공포를 넘어 사회적 담론을 형성하는 데 성공한 이 작품은 앞으로도 오랫동안 회자될 명작임이 틀림없다.